김재진 시인의 국화 앞에서
김재진 시인의 국화 앞에서
  • 이미숙 취재부장
  • 승인 2018.10.23 10: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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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가있는 화요일 첫번째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 국화 앞에서

 살아온 날보다
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.
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
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
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.
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
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.
눈부신 젊음 지나
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,
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
숨어 있는 꽃이다.
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.
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
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.
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
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.
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.
어쩌면 삶이란
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
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.
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
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낭송 : 조 현곤 시인 , 낭송가

김재진 시인, 소설가

출생 : 1955년 3월 22일 (만 63세), 대구    학력: 계명대학교 외 1건
데뷔 : 1976년 영남일보 '외로운 식물의 꿈' 등단  :경력   유나방송 대표 외 2건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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